부조리한 여행

임선이 개인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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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_1120 ▶ 2007_1130



임선이 개인展_부조리한 여행_더 갤러리_2007



초대일시_2007_1120_화요일_05:00pm

관람시간_11:00am~7:00pm / 월요일 휴무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





더 갤러리
서울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67-13 W&H빌딩 B1
Tel. 02_3142_5558
www.gallerythe.com






작가 임선이는 "부조리한 여행" 시리즈 주제를 가지고 세번째 개인전을 연다. 최근 2006년-2007년 5기 국립 창동 스튜디오 입주작가로 선정되었으며, 2004년 송은 문화재단 기획전, 2006 “SELECTED EMERGING ARTISTS” 서울시립미술관 기획전등 다년간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작가 임선이 작품에선 작가만의 특이한 색깔을 느낄 수 있다. 화려하지도 세련되지도 않지만 익숙함과 편안함을 느끼는 바로 그녀를 닮은 듯 하다. 자연을 택한 소재, 무색, 질리지 않는 반복성, 하지만 섬세함, 바로 그 모든 조건이 그녀의 작품에 묻어 있기 때문이다. 극도로 절제되고, 그녀의 내면 깊은 곳의 심리적 갈등을 순화하여 표출하고 있다. 섬처럼 혼자 망망대해에 떠있듯이, 정체성 찾기와 심리적 갈등이 간헐적으로 드러나고, 이러한 상황을 작품을 통해 타인과 소통하는 듯하다. 그녀의 이전 연작들에서는 섬(Island)의 지형적 조건이 가지는 고립성과 특수성을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고달픈 삶의 무거운 억눌림, 정체성의 부재, 그로부터 생겨난 내면의 갈등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Shelter” 표제로 2003년 첫 번째 개인전(do Art Gallery, 서울)에선 가변적 외부환경에 대한 개인적 공간, 변화하는 인식의 차이, 시각의 다변화를 작가 임선이가 바라보는 도시인의 모습을 투영하여 대변해 내고 있다. 이러한 개인적 차원에서의 해석과 새로운 표현 소재 중에 선인장은 푸른색을 잃은 거칠고 무채색인 시멘트로 떠내어 또 다른 생명체처럼 바닥에 늘어놓아진다. 이것은 바로 작가가 바라보는 현실에 대한 관조적인 자세를 은유적이고도 감정적 의미로 접근해 가고자 한다. 그것이 바로 자아를 찾아가는 길며 스스로를 인식하는 과정일 것이다. 그녀는 집약된 노동과 기계적 반복작업을 통한 심리적 갈등의 이완과 디테일(detailed)하게 캐스팅(casting) 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집중력을 바로 자신 앞에 놓인 수 없는 갈등의 문제를 풀어 가는 방식으로 택하고 있다.

이번 개인전은 현재까지 그녀가 탐구해오던 문제들을 좀 더 함축적이고, 문제 접근방식의 깊이와 넓이를 더하고 있다. 작업의 중심에 있는 자연 풍경은 작가의 추상적 개념을 이야기하는 알레고리(allegory)적 소재다. 보이는 것과 바라보는 것. 여행은 늘 새로운 기다림과 설렘을 준다. 새로운 주변 공간의 이질적이고 낯선 것들을 모두 포용하고 자연을 통해 작가의 인식을 반영하는 섬세한 형식으로 여행이란 텍스트를 취한다. 인식의 과정에서 형성되는 감정적 반응이 좋은지 그렇지 않았는지에 따라 여행의 성공 여부가 결정된다. 이번 전시에서 관념, 특히 사고의 구조적 차이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 경계 지점을 새로운 시각으로 환기시키는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각인된 환경과 자연 관찰, 또는 새로운 발견 등 경험을 통한 환경을 바라보는 두 가지 다른 관점의 연결성, 즉 ‘소통’ 의 가능성을 은유(metaphor)적으로 담아낸다. "부조리하다”는 사전적 의미로의 일차적 이해뿐만 아니라 단어가 내포하는 이면의 상징성을 작가 임선이는 이야기한다. 작가의 이러한 시각적이고 상징적인 메시지를 생명의 모태며 자연물의 집합지라고 할 수 있는 ‘산’ 풍경 소재를 통해 보여준다. 산은 보여지는 것이 모두가 아닌, 보여지지 않는 것, 인간의 손길이 닿은 곳과 그러지 않은 원시림 상태, 이 두 가지 대립적
현상이 공존하는 곳이다. 또한 계절에 따라 수목의 색깔이 변하며, 그 시간에 생존하는 생명체가 달라지는 가변적 풍경이다. 작가는 그 같은 풍경, 그리고 그런 풍경과 함께 하는 우리들 삶에 대한 정찰과 인식의 변화를 서정적으로 작업 안에 깊이 담아낸다.

〈붉은 눈으로 바라본 산수〉는 붉은 색으로 인쇄된 ‘인왕산’ 지형도를 수천 장을 하나의 큰 사각 덩어리로 쌓아 올린다. 지형도의 등고선을 오려내는 리 모델링은 새로운 하나의 복합적 풍경을 작품 안에 생성해낸다. ‘인왕산’은 우리 주변에서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주변 환경 중에 하나로 접근의 용이성과 멀리서 바라보는 하나의 관망적 성격을 가진 이중적 연결 고리로 선택한다. 붉은 색은 작가가 바라보는 눈을 대변한다. 붉은 색으로 변한 충렬 된 눈은 보는 시각과 받아들임의 관점의 차이에서 생겨난 소통의 지침이다. 〈올라 보다〉 에서 산의 구조적 형태를 한눈에 내려다보게 하거나, 조명에 의해 〈붉은 눈으로 바라본 산수〉의 집적된 등고선 음영을 보이는 시점에 따라 극대화시킨다. 그것은 전시공간 안에 또 다른 공간이 생성되는 두 가지의 내러티브를 연출하기 위해서다. 멀리서 관망하거나 가까이 다가섬의 반복을 통한 시각의 변화, 그러한 과정에서 얻어지는 무한한 상상력으로 관람자로 하여금 적극적인 공간 체험에 집중시킨다. 〈붉은 눈으로 본 산수〉 작품 시리즈 중, 특정부분을 클로업한 람다 프린트 사진작업은 마치 깊은 협곡 어딘가를 여행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관람자는 벽에 걸린 이 사진을 보며 자연스럽게 바닥에 설치된 작품에 주목하게 된다. 하지만 작가는 그 두 작품의 연관성을 배제한다. 다소 냉정하리만큼 절제된 형식적 구성과 함께 사고의 연상 작용은 절묘히 유감없이 이루어진다. 등고선의 겹쳐짐의 좁고 넓음에 따라 이루어지는 굴곡의 변화는 끝과 시작을 알 수 없는 또 다른 시각적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사진의 그 것은 관람자 스스로 상상하는, 그 무엇의 다른 풍경이 되어도 좋다.

작가는 우리에게 익숙한 곳이든, 가보지 않은 곳이지만 자연스럽게 각인된 풍경이 아닌 관람자로 하여금 마치 가상 현실(virtual reality) - 눈에 보여지나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 을 상상하도록 노출시킨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실제 풍경의 존재성과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상상의 풍경이 오버랩 되는, 보여짐에 따라 바라봄의 다변적 접근해석 방법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바로 작가가 우리에게 제시하고 스스로 바라보고 소통을 하게 만드는 실험적 태도다. 작가 임선이 작품이 단순하고 절제된 서술이나 상징적 의미 제시만이 아니라, 다양한 인식의 차이로 작품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 바로 그녀가 원하는 여행을 ‘산’ 풍경 의 다변성을 통해 이루어내는 이유다. ■ 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