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 된 선인장의 알레고리 (art in culture 2003년 10월호)
김영호·중앙대 교수
임선이展 2003. 8.28~9.7 두아트 갤러리
도시에서 선인장은 한 뼘 정도로 제한된 화분의 공간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식물이다.최소화 된 인공의 영토에 살면서도 단순한 외형과 표면에 가시로 무장해 타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당돌함이 있다. 오랜 기간 동안 물을 주지 않아도 견디는 신비로운 생명구조를 내부에 지니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미물이다. 어디 그뿐인가. 섬세한 골무늬로 장식 된 표피의 형상은 대자연이 창조해낸 기하학적 추상작품이다. 이렇듯 선인장에는 다양한 의미의 기능성들이 숨어 있다.
임선이가 실행하는 작업 유형은 하나의 선인장을 시멘트 석고로 떠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전시장이라는 축성된 공간과 연대시킴으로써, 작가는 선인장을 둘러싼 일반적 의미들을 새로운 것으로 변화시키는 데 힘을 기울인다. 그가 탐색을 시도하는 세계는 선인장의 존재에 있지 않고 캐스팅된 형상과 그것을 둘러싼 의미를 굴절시키는 것에 있다. 달리 말하자면 그것은 도시에 제한 된 영역 속에서 자신을 보호하며 생명현상을 유지해 나가는 생물의 존재를 의인화된 차원의 것으로 패러디하는 것이다.
이번 개인전에 선보인 임선이의 선인장 복제 작업은 일상적 사물들을 인식의 대상으로서 내세우는 데 일단 성공하고 있다. 현실에서 무심하게 지나치는 미물에 주목케 함으로써 역설적으로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가치와 형상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껍질로 이루어진 선인장의 외형에서 떠오르는 것은 그 원본 즉 생명을 담고있던 선인장의 기억을 넘어서고 있다. 시멘트와 석고의 혼합재료가 주는 물성은 관객들에게 다양한 시각경험을 제공하는 도 하나의 근간이 된다.
지적할 것은 임선이의 작업에서 나타나는 알레고리의 범주가 자신을 둘러싼 삶의 성찰이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데 방법적 한계를 보인자는 점이다. 이는 외적형태를 작가의 주체적 세계관으로 연결시키는 접속코드의 부재를 의미한다. 해석의 가능성을 관객에게 일임하겠다는 의도는 좋다. 그러니 일상적 사물의 영토와 의미세계의 영토를 자신의 고유한 세계관으로 연결시키고 대중들과 소통케 하는 보다 적극적인 방식을 연구하는 것이 임선이에게 과제로 남아있다.